2025 WINTER Vol. 164
ISSUE HEALTH COMMUNICATION
해외연수기 | 미국 Cedars - Sinai Medical Center 연수

외래와 연구 실적의 그 어디쯤... ‘과연 의사의 미래 역할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다

글 _ 이현주 가임센터장, 산부인과 과장
전문분야 _ 난임, 난임 시술, 난임 내시경 수술, 반복 유산, 착상 전 유전진단, 월경 이상, 다낭성 난소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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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24년 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인근에 위치한 Cedars - Sinai Medical Center(시더스 사이나이 병원)에 1년간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Cedars - Sinai Medical Center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및 패럴림픽 공식 의료 제공 기관으로 지정될 만큼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바쁘고 막막했던 해외 연수 계획

해외 연수를 계획하면서 생각했던 연수에 대한 막연한 사안들은 막상 연수 병원과의 서류 작업이 시작되자 아주 복잡하고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보다 먼저 해외 연수를 다녀오신 의사분들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모두가 입을 모아 “경험하게 되면 알게 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아쉬운 대로 먼저 책을 구해 읽었습니다. 그러나 해마다 달라지는 미국 비자 행정은 제가 당면한 상황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었습니다.

사실 연수 시작 전에는 ‘잘 준비해서 다음 연수를 떠나게 될 의사분에게 유용한 정보들을 알려드리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누군가가 저에게 연수 계획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그때그때의 상황에 대처하느라 바빴던 터라 제가 조언을 구했던 의사분들과 비슷한 대답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Cedars - Sinai Medical Center에서 요구하는 여러 서류들을 보내고, 해당 인사 담당자와 화상 회의를 진행하고, 그들이 요구하는 많은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난 다음에야 연수 일정이 정해졌습니다. 이 외에도 집 렌트 문제까지 해결하느라 출국 날까지 아주 바쁘게 보냈습니다.

▲ Cedars - Sinai Medical Center 전경
▲ Cedars - Sinai Medical Center 야경

Cedars - Sinai Medical Center에서의 값진 경험들

Cedars - Sinai Medical Center는 이름만 들어도 추측이 가능한, 설립된 지 100년이 훨씬 넘은 유대계 병원입니다. LA 카운티에서 가장 큰 병원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직접 가서 보니 정말 큰 규모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저는 Cedars - Sinai Medical Center 내 Infertility Center의 Pisarska Margarita 교수님 Lab.에서 근무했는데, 제가 도착했을 당시 그곳에는 박사연구원 3명, 석사연구원 3명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Dr. Pisarska가 연구비를 확보한 다음에 개인적으로 꾸린 Lab. 연구원들이었는데, 개인이 이 정도의 연구비를 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습니다.

Dr. Pisarska의 Lab.에서는 single cell RNA sequencing으로 태반의 면역세포 종류와 유전자 발현을 보는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임신 시 남아와 여아의 태반에서의 면역세포 유전자 발현 차이, 조산이나 임신 시 생기는 여러 complication에 대한 태반의 면역세포 유전자 발현을 다루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연구비 규모와 비교해 봤을 때 상당히 큰 액수의 연구비에 놀랐으며, 외래보다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상에 직결되는 연구보다 기초의학에 가까운 연구인데, 그러한 연구에 큰 액수의 연구비들이 투입되는 것을 보면서 ‘미국이 세계를 주도해 나가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해외 연수를 계획하면서 생각했던 연수에 대한 막연한 사안들은 막상 연수 병원과의 서류 작업이 시작되자 아주 복잡하고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보다 먼저 해외 연수를 다녀오신 의사분들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모두가 입을 모아 “경험하게 되면 알게 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제가 일하던 스티븐 스필버그 빌딩
▲ Cedars - Sinai Medical Center 전경

아이들과 함께 베벌리힐스에 정착하다

Cedars - Sinai Medical Center가 베벌리힐스의 경계에 있다 보니 아이들 학교 문제로 인해 자연스럽게 베벌리힐스에 위치한 집을 렌트하였습니다. 베벌리힐스는 산타모티카 블라바드를 기점으로 북서쪽과 남동쪽으로 나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그 베벌리힐스는 북서쪽이었고 연수를 간 남동쪽에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주소지가 정해진 후 아이들 학교도 바로 배정되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하게 되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이곳에 사는 거주민들의 70%가 유대인이라는 것입니다. 병원 PI 교수님도 본인의 프로필에서 유대인임을 밝히고 있었고, 옆집에 사는 할아버지도 키파(유대인들이 머리에 쓰는 작은 원형 모자)를 자주 쓰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유대인들은 만 13세가 되면 성인식을 하는데 이때 보통 이스라엘에 다녀온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모를 때에는 ‘이스라엘에 가본 학생들이 왜 그렇게 많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또 2주 정도 지속되는 유대인의 명절에는 학생들이 며칠씩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서 친척 집이나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터라, 어떤 날은 학생들이 너무 오지 않아 수업이 취소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교육 방식의 차이를 경험하다

베벌리힐스의 초등학교 아이들은 학교에서 날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즐거운 학교생활을 영위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학교에 놀이공원이 오기도 하고, 부모가 학교에 참여하는 행사도 굉장히 다양했습니다. 우리 아이도 미국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저녁 9시에 이른 취침을 하고 친구들과 함께 놀기 위해서 일찍 일어나서 등교했습니다. 학교 쉬는 시간에는 아이들이 무조건 밖에 나가서 뛰어놀아야 하는데, 혹시라도 밖에 나가지 않는 아이들이 있으면 왜 뛰어놀지 않는지 의문을 갖고 학교 관계자가 세심히 살펴본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아이들로부터 학교 선생님이 쉬는 시간에 밖에 나가서 놀지 못하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새삼 양국 교육 방식의 차이를 느꼈습니다.

반면에 중학교는 초등학교와 조금 달랐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이후에는 ‘서로 다름’을 인지해서인지 같은 나라 출신끼리 어울려 다니는 일들이 많았고, 유대계들이 수적으로 많아서 학교는 항상 유대인 이야기로 넘쳐났습니다.

▲ 베벌리힐스 미술전에 걸린 아이들의 그림
▲ 호레이스만초등학교

LA 게티센터에 가면 고흐의 아이리스를 볼 수 있습니다.
무료로 갈 수 있는 LA MOCA (LA Museum of Contemporary Arts) 등의 미술관에서는 우리나라에 올 때까지 몇 년이고 기다려야 하는 작품들을 마음껏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손만 뻗으면 접할 수 있는 문화의 향연

LA 게티센터에 가면 고흐의 아이리스를 볼 수 있습니다.
무료로 갈 수 있는 LA MOCA(LA Museum of Contemporary Arts) 등의 미술관에서는 우리나라에 올 때까지 몇 년이고 기다려야 하는 작품들을 마음껏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뉴욕의 미술관은 숙소를 바로 옆에 잡고 3박 4일 정도 봐야 할 만큼 볼 것이 많았습니다. 또 야외 극장인 헐리우드 볼에서는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윤찬 공연과 머라이어캐리 공연도 볼 수 있었습니다.

광활한 자연이 주는 경이로운 아름다움

생각보다 바쁜 연수 일정으로 많은 여행을 하지는 못했지만 미국 대지의 광활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운전을 하다 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자이언캐년의 큰 바위들 속으로 들어가면 그 안에서 인간은 이 넓은 자연 속 아주 작은 존재라는 생각에 무력감이 드는 동시에 대자연에 대한 경외심도 들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모든 미국 국립공원에 가족과 함께 무료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데, 공원 안으로 들어갈 때 보안관들은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대단하다는 제스처를 합니다. 이와 같은 모습에서 미국은 정말 아이들에게 굉장히 우호적이고 친화적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헐리우드 볼에서의 임윤찬 공연
▲ 햇살이 들이치던 게티센터

해외 연수, 그 소중한 기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다

해외 연수를 하며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은 저에게 난임 진료를 맡겨준 저의 환자들의 마음을 보다 잘 이해하고 그들의 작은 감정까지 헤아릴 수 있는 의사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습니다. 저에게 이런 기회를 준 서울의료원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저를 기다려준 우리 과와 저의 환자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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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이현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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