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 막히거나 터지거나
뇌경색 VS 뇌출혈
감수 _ 박상순 신경과 과장
전 세계적으로 6초마다 1명이 뇌졸중으로 사망
대표적인 뇌혈관 질환인 뇌졸중은 뇌혈관이 혈전으로 막혀 뇌가 손상되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구분됩니다. 뇌졸중은 골든타임을 놓치면 사망 가능성이 높고, 뇌의 일부 신경세포가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언어장애, 편마비와 같은 신체장애, 기억력 저하 등의 인지기능장애를 불러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약 1,500만 명이 뇌졸중에 걸리며, 같은 해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대략 600만 명에 다다른다고 발표했습니다. 즉, 전 세계적으로 6초마다 1명이 뇌졸중으로 생명을 잃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뇌혈관 질환은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힙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3년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44.4명으로, 전체 사망 원인 중 1위 암, 2위 심장질환, 3위 폐렴에 이어 4위를 차지했습니다.
국내 뇌졸중 환자의 약 80%가 뇌경색일 정도로, 발생 빈도는 뇌경색이 더 높습니다. 하지만 뇌출혈이 뇌경색보다 사망률이 높고 심각한 장애를 남길 위험이 큽니다. 한 번 터진 혈관은 주변 뇌조직에 직접적인 손상을 주고, 급격한 뇌압 상승을 유발해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고혈압 조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때는 뇌출혈이 80%, 뇌경색이 20% 정도였으나 국민들의 건강 인식이 개선되고 고혈압 인구가 늘어나면서 점차 뇌출혈 비율은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뇌졸중은 흔히 노인의 병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 비만, 흡연 같은 생활 습관 문제로 인해 젊은층에서도 발병률이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체 뇌졸중 환자의 약 15%가 50세 미만에게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고혈압 관리는 뇌졸중 예방의 기본이자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수축기 혈압을 10㎜Hg만 낮춰도 뇌졸중 발생 위험을 약 30% 줄일 수 있으며, 특히 뇌출혈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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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 잠깐의 혈류 차단이 평생의 후유증으로
뇌경색은 뇌로 가는 혈관이 혈전(피떡)이나 색전(그 피떡이 혈관을 타고 떠돌아다니는 것) 등으로 막혀, 뇌세포가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괴사하는 질환입니다. 흔히 ‘허혈성 뇌졸중’이라고도 불리며, 전체 뇌졸중의 약 80%를 차지합니다.
· 원인 가장 흔한 원인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이 혈관 내벽을 손상시키면서 혈소판이 엉겨 붙고, 결국 피떡이 생겨 혈류를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또 심방세동(부정맥의 일종) 환자의 경우 심장 안에 생긴 혈전이 떨어져 나와 뇌혈관으로 날아가는 색전성 뇌경색이 자주 발생합니다. 흡연, 과음, 비만, 스트레스도 혈관 내피를 손상시키며 위험을 높입니다.
· 증상 뇌경색의 증상은 갑자기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초기 징후는 다음과 같습니다. 얼굴 한쪽이 처지거나, 갑자기 한쪽 팔이나 다리의 힘이 빠집니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한쪽 시야가 가려지거나 물체가 겹쳐 보입니다. 갑작스러운 어지럼증, 균형감각 상실, 심한 두통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증상이 몇 분 만에 좋아지더라도 반드시 병원을 가야 합니다.
· 진단 응급실에서는 CT나 MRI 촬영으로 출혈 여부를 먼저 파악한 뒤, MRI 확산강조영상(DWI)이나 MRA·CTA(혈관조영)를 통해 막힌 부위를 찾습니다. 혈액검사, 심전도, 심장초음파를 함께 시행하여 심장성 색전의 가능성도 평가합니다.
· 치료 발병 4.5시간 이내에 정맥 내 혈전 용해제를 투여하면 피떡을 녹일 수 있습니다. 혈전 용해가 어렵거나 대혈관이 막힌 경우 혈관 내 피떡을 직접 제거하는 기계적 혈전제거술을 시행하는데, 8시간(경우에 따라서는 최대 24시간) 이내까지 적용 가능성이 있어 환자 상태에 따라 결정됩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조절, 항혈소판제 복용, 심방세동 환자에게는 항응고제 투여가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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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 발병 직후 1~2시간이 골든타임
뇌출혈은 새어 나온 피가 뇌조직을 압박해 뇌 기능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전체 뇌졸중의 약 20%를 차지하며, 뇌조직 내부의 혈관이 터지는 ‘뇌내출혈’과 뇌를 감싸는 막 사이에 출혈이 발생하는 ‘지주막하출혈’로 나뉩니다.· 원인 가장 흔한 원인은 고혈압입니다. 혈압이 높으면 혈관 벽이 지속적으로 압력을 받아 약해지고, 결국 예고 없이 터집니다. 이외에도 뇌동맥류, 혈관 기형, 혈액 응고 이상, 외상, 흡연, 과음 등의 원인이 있습니다.
· 증상 심한 두통, 구토, 의식 저하, 한쪽 마비, 말이 어눌해짐, 시야 흐림 등이 있습니다. 특히 ‘갑자기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한 통증’을 호소한다면, 지주막하출혈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의식을 잃거나 경련을 동반하는 경우도 흔하며, 출혈이 진행될수록 뇌압이 상승해 호흡과 순환 기능까지 마비시키기 때문에 발병 직후 1~2시간이 골든타임입니다.
· 진단 응급실에 도착하면 즉시 뇌 CT 검사를 시행합니다. CT는 짧은 시간 안에 출혈 여부와 위치, 양을 확인할 수 있어 가장 기본적인 진단 도구로 활용됩니다. 필요에 따라 MRI를 추가로 촬영해 세부적인 뇌 손상 정도를 파악하기도 합니다. 또한 뇌혈관조영술을 통해 동맥류나 기형 혈관이 원인인지 확인하고, 재출혈 가능성을 평가합니다. 혈액검사로는 응고 장애나 염증, 고혈압성 손상 여부를 함께 확인합니다.
· 치료 우선 혈압을 안정시키고, 뇌부종을 줄이는 약물치료가 시행됩니다. 하지만 출혈량이 많거나 뇌압이 급상승하면 응급수술이 불가피합니다. 대표적으로 개두술(두개골을 열어 혈종을 제거), 내시경적 혈종 제거술 또는 코일 색전술(혈관 내 시술) 등이 있습니다. 지주막하출혈의 경우 재출혈을 막기 위해 신속한 수술적 처치가 필요하며, 24시간 내 치료가 생사를 좌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