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SPRING vol.149
ISSUE HEALTH COMMUNICATION
건강캠페인

장기간 마스크 사용이
아이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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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예혜련 소아청소년과 과장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리 아이들은 유례없이 긴 시간 동안 마스크를 착용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아이들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니 많은 부모님들께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부모님들께 현실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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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장시간 마스크 착용이 우리 아이 언어발달에 저해가 된다?

아기의 눈을 추적한 연구에서 생후 4개월 된 아기는 산모의 눈을 더 오래 보는 반면, 8개월과 10개월 아기는 입을 더 오래 본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 태어난 영유아들은 어른들과 혹은 또래 친구들과 마스크를 쓴 채 상호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은 언어의 청각적 정보뿐만 아니라 입모양, 얼굴 표정과 같은 시각적 정보에도 크게 의존합니다. 또한 18개월 미만의 어린 아이들의 경우에는 시각적 언어 신호를 통해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에 태어난 아이들은 그 이전에 태어난 아이들에 비해 언어 및 전반적인 인지 능력이 감소했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공공장소와 어린이집에서 착용하는 마스크로 인해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얼굴 신호를 볼 수 없어 언어적, 사회정서와 같은 일부 영유아 발달 영역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마스크 착용 뿐만 아니라 다양한 팬데믹 관련 요인, 특히 사람 사이의 사회적 상호 작용 부족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도 덧붙입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근거수준이 높지 않다는 점, 발달의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연구결과들도 함께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아직까지는 장기적으로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결론지을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침과 저녁 시간에 부모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의사소통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호 작용은 목욕시간, 식사시간 같은 일상적인 일과시간을 통해서도 충분히 제공될 수 있습니다. 다만 발달이 느린 일부 아이들에게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부모님께서는 아이들과 마스크 없이 생활하는 일상적인 일과를 가능한 한 많이 유지하시고 하루에 15분이라도 아이와 집중해서 놀아주거나 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이야기할 때에는 소리가 작게 들리고 입모양과 전체적인 표정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아이들이 어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좌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스크를 쓰고 대화해야 하는 경우에는 말하기 전에 먼저 아이의 주의를 끌어주고 방해가 되는 물리적 요소나 소음장벽을 없애고 직접 마주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평소보다 훨씬 더 천천히 말하고 긴장을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큰 목소리로 말해줍니다. 신체언어와 손짓, 목소리 톤을 평소보다 더 과장하여 사용하며 말한 후에 부모님이 말한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반드시 확인해 줍니다.

아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적응하고 또 적응합니다. 마스크를 착용하더라도 잘 적응할 것이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또다시 잘 적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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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마스크 사용으로 인해 우리 아이 면역력이 떨어진다?

영유아기는 면역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아이들은 외출 시 마스크를 항상 쓰고 있고 손 소독을 수시로 하며 단체생활을 하는 기회가 줄어들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미생물에 노출되어야 면역력의 조절 기능이 적절하게 훈련이 된다고 주장하는 ‘위생가설’에 따르면 미생물에 노출이 적게 되면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이나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가설은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방금 언급한 질환의 발병률이 더 낮은 경향을 보인다는 관찰 결과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실제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여러 연구들이 뒷받침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확실하게 입증된 이론은 아닙니다. 또한 이런 장기간의 마스크 사용과 격리생활이 면역학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 역시 과학적 증거가 없습니다.

다만 다양한 계절성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해 노출이 장기간 부족하여 평소보다 더 넓은 연령대에서 질병이 퍼질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급증을 유발할 수는 있습니다. 최근 미국과 호주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1세 미만 아이들에게 호발하는 호흡기 융합 세포 바이러스의 평균 연령이 6개월에서 17개월로 증가하였고 유행 시기 또한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조치가 완화될 경우 예상치 못한 계절성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이 더욱더 급증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방역당국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감염에 주의하도록 홍보하고 각 가정에서도 아이들의 위생수칙을 보다 철저히 지켜나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이들의 미생물에 대한 노출과 알레르기 질환 또는 자가면역질환의 유병률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객관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우려에 대해 막연히 불안해하고 걱정하기 보다는 아이들의 면역력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시는 것이 어떨까요? 우리 아이들의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영양소가 풍부한 채소나 과일, 생선, 육류, 잡곡류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 비타민D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 권장 수면 시간을 잘 지키는 것, 규칙적인 신체 활동을 하는 것 등이 중요합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를 끄고 건강한 집 밥 한 끼를 만들어 먹고 나서 신나는 엄마표 아빠표 신체 놀이를 가족 모두 함께 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의 발달과 면역력 상승에 가장 좋은 솔루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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