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얼굴을 푸르게 만드는 음식, 토마토밥
글 _ 황인철 산부인과 과장진료분야 _ 산전관리, 고위험임신, 정밀초음파
미국 타임즈가 선정한 10대 슈퍼푸드, 중국의 황실에서 먹던 불로장생의 비밀, 우리나라 임금이 병을 고치기 위해 먹던 음식 등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모으기 위한 다소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곤 하는데 그때마다 단골 식재료로 등장하는 것이 토마토이다.
약방의 감초와 같은 건강 식재료, 토마토
‘토마토가 붉어지면 의사의 얼굴이 파래진다’라는 속담이 암시하듯이 TV에서는 토마토가 의사가 처방하는 약재나 치료보다 효능이 더 좋다는 것을 강조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2002년 미국의 타임지가 건강에 좋은 10대 식품으로 선정하면서 토마토는 매년 슈퍼푸드 하면 제일 먼저 꼽히는 과일이 되었다. 또 모든 심혈관 질환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탁월한 라이코펜이라는 항산화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고, 칼로리는 100g당 18~20Kcal밖에 되지 않아 다이어트에도 좋다. 게다가 산미 가득한 달콤함에 여러 가지 요리로 활용되니 그야말로 프로그램 제작자 입장에서는 약방의 감초처럼 이것만큼 좋은 방송 소재가 또 있을까?
추억 속 새콤달콤한 토마토케첩의 매력
내가 토마토를 처음 접한 것은 아마도 과일보다는 토마토케첩이었던 것 같다. 핫도그에 길게 뿌려 먹는 토마토케첩을 입으로 돌려가며 먼저 먹고, 그다음 핫도그를 한입 깨무는 것은 어렸을 적 우리들만의 규칙이었다. 또 오므라이스에 붉게 뿌려져 나온 토마토케첩은 노란 달걀 지단과 잘 어울려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한가득 돌곤 했다. 그리고 점심 도시락의 비엔나소시지와 토마토케첩의 조합은 우리들 사이에 빈부를 나누는 척도가 되었다.
토마토케첩 하면 또 떠오르는 추억이 케첩스파게티다. 아마도 친구 생일이었던 것 같은데 국수를 케첩에 비벼서 나온 음식이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토마토 파스타였던 것 같은데 그 당시 토마토 소스가 아무래도 귀하다 보니 대신 케첩에 비벼 먹었던 것 같다. 이후에 이 스파게티는 듣보잡의 요리가 아닌 나폴리탄 파스타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일본 전쟁 중에 토마토 퓌레가 부족해 토마토케첩으로 만든 나름 레트로 감성의 음식이라는 사실에 놀랐었다.
간단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한끼 뚝딱
요즘에는 토마토를 가볍게 샐러드와 같이 많이 먹는다. 아삭한 채소와 산미가 넘치는 토마토는 다른 소스 없이도 입에 착 감기는 한끼 식사이다. 부드러운 치즈와 조금 부족한 간을 맞춰주는 소금, 그리고 입을 즐겁게 하는 후추만 있어도 여느 훌륭한 이탈리아 식당 부럽지 않은 음식 하나를 만들 수 있다. 때로는 토마토를 썰어서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해서 먹기도 한다. 과거 설탕을 솔솔 뿌려서 먹던 시절보다는 입이 상당히 고급스러워진 데다 몸에 훌륭한 비타민을 선사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
감칠맛이 일품인 건강 밥
한국인 하면 밥사랑 아닌가? 이에 호응하듯이 토마토를 넣어 밥을 짓는데 참으로 맛이 묘하다. 심심하고 새콤한 밥에 다른 양념간장 필요 없이 매콤한 김치 한 점만 있으면 된다. 그 조합이 정말 깔끔하고 감칠맛이 입에 확 감기는데, 오늘 그 밥을 소개하려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토마토에 풍부한 라이코펜은 열을 가할 때 흡수율을 5배까지 올린다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하지만 너무 많이 먹지는 말자. 의사의 얼굴이 푸르러지면 좋을 텐데 병원이 푸르러질까봐 무섭다.

토마토밥
재료 새우 5~7개, 토마토 3개, 살짝 데친 브로콜리와 당근, 잘 불린 쌀 2인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