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WINTER vol.156
ISSUE HEALTH COMMUNICATION
건강레시피

겨울을 보내는 또 하나의 재미
<김치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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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황인철 산부인과 과장
진료과목 _ 산전관리, 고위험임신, 정밀초음파

늘 한해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감정이지만 올 한해도 유난히 힘들었던 것 같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늘 대립하며 머리를 시끄럽게 하는 정치, 한없이 치솟는 물가에 늘 내 어깨를 누르는 경제, 싸우고 죽이고 속이며 항상 시끄러운 사회, 그리고 매년 기록을 경신하는 기상이변까지…정말로 내일이 두려울 정도의 불안감마저 드는 한해가 아니던가.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있듯이 올 한해도 이제는 마지막으로 접어든다. 거리에는 사랑과 평화를 일깨우듯 크리스마스트리가 점등되어 있고, 사람들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서로 모여 입김을 내뿜으며 정다운 담소를 나눈다. 뉴스에서도 훈훈한 미담 기사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한다.

항상 열정 넘치는 시장풍경에서 채워지는 마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으면서 희망의 싹이 피어나면 항상 나는 시장으로 향했던 것 같다. 추운 겨울 드럼통에 나무를 태우면서 새벽부터 일을 시작하는 시장의 풍경은 항상 희망찬 내일을 맞이하는 힘을 주는 것 같다.

열정 넘치는 시장풍경에서 힘들어서 포기하려고 했던 김장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에 한가득 배추를 고른다. 그리고 갓, 고추, 무, 생강, 마늘을 신나게 쇼핑하며 차 트렁크를 채운다. 허전하고 추운 마음이 채워지는 순간이다.

김장하기 전 냉장고 묵은김치의 활용법, ‘김치만두 만들기’

집에 돌아와 김치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김장 김치 대신 과일이며 채소가 들어차 있다. 자기 자리가 아닌 것처럼 불편한 모습의 과일과 채소를 들어내고 김치냉장고를 청소한다. 새해 우리 집 부엌을 책임질 김치를 영접할 겨울 잔치의 개업식이다. 그런데 냉장고 구석 남은 김치 한 통이 눈에 들어온다. 뚜껑을 열어보니 좀 바랜 듯한 붉은색의 시큼한 김치가 담겨있다. 김치 한 귀퉁이를 뜯어서 입에 넣으니 정말 입안 한가득 침이 고인다. 마지막 남은 김치는 올해 김장을 하기까지 밥상을 책임질 것 같고 그중 일부는 우리 집 겨울 잔치인 만두 만들기에 사용될 듯싶다.

고기와 채소, 김치의 절묘한 조화. 그리고 가족의 대화

말이 나온 김에 곧바로 김치만두를 만들어 본다. 김치를 송송 얇게 썰고 갖은 채소를 데쳐 삶는다. 그리고 모든 힘을 다해 꼭 짠다. 올 한해 힘들었던 일들을 곱씹으면서 있는 힘껏 짠다. 분노가 치밀어오르면 더 잘 짜진다. 차가운 김치의 냉기 때문에 짜는 손가락이 시려오지만, 물기를 꾹 짜면서 생기는 뽀송뽀송한 김치를 보면 시린 냉기도 김칫국물과 같이 사라지는 것 같다.

그리고 각각의 양념과 버무림이 시작된다. 숙주는 숙주 맛을 내고, 부추는 부추 맛을 뽐내며, 고기는 묵직한 어우러짐의 기둥이다. 그리고 잘 짠 김치는 심심해질 만두소의 MSG처럼 모든 걸 보여주지 않고 살짝살짝 자신의 진가를 드러낸다.

잘 버무린 만두소와 만두피를 펼쳐놓고 온 가족들이 모였다. 대학 졸업을 앞둔 딸, 곧 대학에 들어갈 아들, 그리고 왠지 할 말이 많은 아내까지 네 식구가 모여 케이팝 이야기를 시작으로 대화의 주제를 맞추어 가며 하나하나 만두를 빚는다.

맞다, 겨울이다. 늘 올해가 최고로 힘든 것 같지만 이런 힘든 감정은 매해 반복되었고 그때마다 제일 힘들지 아니했던가. 어김없이 새해의 아침은 밝아올 것이다. 그리고 두 손 모아 기도해 본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조금 따뜻해 보자고.

Recipe
재료
묵은김치 2포기, 숙주나물 300㎎, 돼지고기 600㎎, 부추 2단, 생강가루, 다진 마늘, 굴 소스, 조선간장, 참기름,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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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는 국물을 꼭 짜고 칼로 다진다. 숙주는 물에 2~3분만 데치고 물기를 꼭 짠다. 돼지고기를 곱게 갈아서 생강가루, 다진 마늘, 굴소스로 간을 한다. 부추는 작게 썰고 조선간장, 참기름으로 간을 한다. 지금까지 만든 재료를 잘 버무린다. 만두피에 속 재료를 잘 넣고 취향에 맞게 조리하여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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