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AUTUMN vol.159
ISSUE HEALTH COMMUNICATION
건강레시피

아침의 전쟁, 소고기 멸치 버섯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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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황인철 산부인과 과장
진료과목 _ 산전관리, 고위험임신, 정밀초음파

“아들...일어나 벌써 7시야.”, “아 나 조금만 더 잘게.”

“진짜 일어나야 돼!!! 학교 늦어.”, “아 10분만. 아니 5분만!”

고3인 아들과의 이런 아침 줄다리기는 벌써 3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을 갖는다. 결국 등교 15분을 남겨두고 젖은 머리카락이 휘날리도록 준비하는 아들과 한 숟가락이라도 밥을 먹이려는 엄마와의 기싸움을 끝으로 아침의 대전쟁 환장 파티가 막을 내린다. 이 전쟁의 전리품이라면 한 숟가락도 입에 대지 않아 썰렁하게 남겨진 아침 밥상이다.

자식 가진 부모가 다 같은 심정이겠지만 아침에 대한 고민은 정말 남북한의 통일 해법보다 더 힘든 난제임에는 틀림없다. 아들이 좋아하는 햄버거를 먹이자니 아침부터 인스턴트는 부모의 마음이 허락하지 않고, 정성껏 5첩 반상을 새벽부터 준비하였더니 좋아하는 햄 한 조각만 입에 넣고 다른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김밥을 만들어서 먹여보자니 급한 아침에 체하고 하루를 망칠 것만 같고, 주스라도 먹여서 보내야겠다는 마음에 과일이며 채소를 갈아 먹여보려고 하니 금방 배가 꺼질 것 같아서 마음에 영 성이 차지 않는다.

기름진 냄새를 솔솔 풍겨서 5분간의 여유를 부리고자 하는 아들을 꼬셔볼 모양으로 삼겹살을 구워보았더니 아들이 순간적으로 반응은 하지만 정작 먹을 시간이 없어 후다닥 현관문을 닫고 난 뒷자리에는 기름기만 덕지덕지한 삼겹살이 애써 나의 마음을 달래곤 한다.

결국 위기는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시킨다고 했던가? 나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먹고는 싶지만 1분 만이라도 자려는 아이와 한 숟가락이라도 밥을 먹이려는 나와의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서로의 승리를 가져다주는 해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모든 밥과 반찬을 하나로 만들어 단시간에 먹는 한 그릇 밥이다.

사실 이 아이디어는 샌드위치에서 기인했다. 샌드위치는 단시간에 먹을 수 있는 장점과 샌드위치 안을 어떤 재료로 채우느냐에 따라 맛과 영양을 달리할 수 있는 장점도 있고, 남은 샌드위치는 간단한 포장만으로 등교하는 도중이나 등교 후 잠깐의 시간으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밥심 아닌가? 아무래도 빵을 먹이면 쉽게 배가 꺼질 것 같은 부모의 자심 마저 지켜주는 궁극의 솔루션이 샌드위치와 같은 한 그릇의 밥이다. 샌드위치를 밥으로 바꾸었을 뿐 야채며 고기며 들어가는 속 재료를 바꾸어 일주일을 매일 같이 새롭게 구성할 수도 있고, 혹 먹지 못하고 남은 밥은 김에 둘둘 말아 김밥으로 변신시킬 수도 있다. 양질의 소고기며, 생선 등을 추가해서 단백질을 보충할 수도 있고, 양념장을 바꾸어서 맛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아들이 안 먹는 버섯 등의 야채를 자연스럽게 추가함으로써 부모의 알량한 자신감도 지킬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맛있다.

아들이 등교하고 난 후 먹는 한 그릇의 밥은 정말 최고다. 일단 하루의 미션을 클리어한 승전군의 성취감도 있지만 따뜻한 냄비밥에서 나오는 온기가 양념장과 어우러져 나의 건강마저 업그레이드 된 것과 같은 특별한 무언가가 한 그릇에서 뿜어져 나온다.

우리나라의 제철 음식을 매일 바꾸어 넣을 수 있으니 새로운 재료의 조합이 또 다른 흥밋거리를 안겨주기도 한다. 이제 이 전쟁도 서너 달이면 끝이 보인다.

마지막 희망이라면 이런 전쟁의 상처를 추억 속의 이야기처럼 웃으며 하는 우아한 아침 밥상을 기대해본다.

Recipe
재료
소고기 200g, 표고버섯 6개, 팽이버섯 1팩, 멸치 한 줌, 들기름 1스푼, 국간장 1스푼
양념장
양조간장 100cc, 다싯물 150cc, 고춧가루, 다진마늘, 통깨, 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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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팽이버섯(밑동을 자르고), 표고버섯을 먹기 좋게 자른다. 냄비에 들기름, 양조간장을 두르고 멸치와 팽이버섯을 넣어 소고기와 함께 볶는다. 불린 밥을 넣고 볶은 후 물을 붓고 밥을 짓는다. 밥물이 끓으면 표고버섯을 넣고 뚜껑을 닫은 후 약불로 줄였다 끄고 뜸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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